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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육군 제보

[육대전] "기본권(의료권)보다 위에 있는 방역지침?"

by 육대전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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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육군훈련소로 입대하여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입니다.
 
저는 22년 02월 21일 오전 8시에 샤워를 위해
샤워장으로 이동 후 양치하기 전
상의만 탈의한 상태로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기 위해 온수 쪽으로 수도를 여니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구나' 생각하고
샤워기 버튼을 누르니 샤워기에서 물이 나왔습니다.
 
물이 나오는 순간 샤워기 헤드와 연결되는
호스 윗부분이 터져 왼쪽 팔에 뜨거운 물이 닿았고
샤워기를 놓쳐 뜨거운 물이 왼쪽 배 부분에도
튀었습니다.
 
물이 튀자마자 바로 옆 샤워커튼(가림막)을 이용해
물을 막은 상태로 호스를 물이 나오지 않게 닫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문 쪽 세면대로 이동해서 차가운 물을
팔과 배에 뿌리니 너무 따가워서 입만 헹구고
상의를 입고 나와 샤워장 바로 앞에서
대기하던 분대장님들에게
 
샤워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얼음팩이나
화상 연고 같은 것이 있는 지 물어봤고,
 
분대장님들은 "격리 시설이라 얼음팩이나
연고는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 분대장님이 마데카솔(바르는 약)과
차가운 음료 캔을 가져다주며
"일단 이거라도 대고 있어"라고 말하였고,
 
다른 분대장님은 얼음 물을 가져다주면서
음료 캔 말고 이걸 대고 있고 마데카솔부터
발라 봐라며 말을 했습니다.
 
그러다 10시쯤 화상 부위가 너무 쓰라리고
따가워 분대장님에게 혹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분대장님은 우선 유선 진료를
신청해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선 진료 결과 그 당시 붉게만 올라와 있던
화상 자국을 보고 진통제만 처방받았습니다.

 

그 후 13시경 왼쪽 팔 화상 부위에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해 대기하시던 분대장님께

 

'유선 진료는 언제 다시 신청 가능합니까?'
라고 여쭤봤고 분대장님께서
'워낙 유선 진료를 받는 인원들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라고 말씀해 주셔서

 

제가 '그럼 구급차를 이용해서 병원에
가는 방법은 없냐' 라고 여쭤보았더니

 

당시 분대장님께서
"너 지금 여기(격리시설)에 왜 들어왔는지 몰라?,
너 지금 격리 중 아니야?, 그게 될 거 같아?,
2차 PCR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기서 못 나가."
라고 말씀하시며

 

"우선 유선 진료는 한 번 더 신청해 볼게, 기다려"
라는 말만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그 후 14시~15시경 왼쪽 팔에 올라왔던
수포가 터지면서 진물이 흘러

 

이번엔 소대장님께 직접 병원 치료 의사를
강력하게 주장하니 그제서야 왼쪽 팔 화상 부위의
사진을 찍어 가셨습니다.

 

그리고 20시경 구급차가 도착하여
육군훈련소 지구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응급실에 계시던
군의관님께선 "너무 늦게 왔다, 화상을 입은 즉시
왔으면 얼음팩도 대고 있고 이렇게까지
크게, 심하게 번지지 않았을 거 같다. 왜 이제야 왔냐"
라고 말씀하시며

 

"격리 해제되자마자 국군대전병원
성형외과로 진료를 보러 가라"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02월 22일 화요일에
방어복을 착용한 상태로 소대장님 차를 이용해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이동하여
일반외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일반외과 군의관님께서도 "자신이 해주실 수 있는
있는 것은 간단한 드레싱뿐이니 국군대전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가라"라는 말씀만 해 주셨습니다.

 

제가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초기에 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한 점과 부실한 시설관리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처치와 판단을 하지 못한 점입니다.

 

화상은 초기에 처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기본적인 상식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또한 분대장이 임의로 판단해 훈련병이
구급차를 요청하였을 때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 사실과 방어복을 착용한 채
소대장님 차를 이용하면 2차 PCR 결과에 상관없이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입대 전 PCR 결과 음성, 1차 PCR 결과 음성이
나온 상태로도 충분히 자가용 혹은 도보로라도
지구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침 8시에 다친 사람을 저녁 20시에나 되어서
병원으로 보내주는 사실이 제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늦은 대처와 치료로 인해
결국 왼쪽 팔과 배에 화상 자국이 크게
남은 것뿐만 아니라 왼쪽 화상 부위의 감각은
무뎌진 상태입니다.

 

10일의 격리 기간이 훈련소 내부 및 훈련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위인 줄 알았는데

 

훈련병 개개인의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격리 기간이 무엇을 위한 행위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본인 혹은 본인의 친구, 본인의 자식이 다쳤어도
얼음물 하나 던져주고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

 

국민의 4대 의무인 납세, 근로, 교육, 국방 중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입소하였습니다.

 

아무리 격리 기간, 훈련병의 신분이라고 하나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군대에
어떤 사람이 자진해서 기쁜 마음, 보람찬 마음으로
입대를 환영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바뀌고 개방된다고 해도 역시 군대는
군대라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훈련병들 군 복무를 하고 계시는
국군장병분들이 다시는 늦은 대응조치,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큰 상처와 아픔을
격지 않게 많은 분들이 노력뿐만 아니라
실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아 두서없이
내용을 작성한 점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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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제보 관련 부대입장]

 

ㅇ 육군훈련소에서 알려드립니다.

 

ㅇ 화상과 치료 지연으로 심적ㆍ육체적으로
상처를 입은 훈련병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ㅇ 육군훈련소는 해당 훈련병의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위한 치료 안내 및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ㅇ 또한,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기간장병 대상
의료지원절차를 재교육하는 등 전 장병이 적시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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